긴토키는 휴게실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젊고 탱탱한 한명의 신입생에게 향해 있었는데, 모순이 있다면 그 신입생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제법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었지만 절대로 여성스럽다거나 여자 같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사내 녀석 치고는 귀여운 축에 속한다는 것뿐이었지만 긴토키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내비쳤다.
“어떻게 허술한 구석이 없냐, 에이.”
그러나 너무도 훌륭하게, 심지어 처절하게도 제 취향이었다. 어디 가서 주문제작을 해도 저토록 제 취향일 수는 없었다. 순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기가 센 타입의 어린 남자라니. 이건 게임이 끝났다는 소리다. 밀당이고 자시고 제 쪽에서 넙죽 엎드리고 들어가서라도 꼬시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저 물건을 제 품에 안을 수 있을까.
긴토키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를 쓰느라 불필요한 아드레날린을 폭풍처럼 분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허기가 져 뱃속에서는 밥 좀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허기 따위가 아니었다. 저 난공불락의 성을 어떻게 함락시키느냐는 지금, 그의 인생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반반한 신입생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여길 가도, 저길 가도 온통 머릿속에서는 녀석의 생각뿐이었다. 심지어 어제는 꿈까지 꿨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해서 결론내린 것이 피하지 말고 꼬시자. 였다. 물론 말했던 것처럼 난공불락의 성이지만.
“뭐하냐?”
“아아, 말 걸지 마. 나 지금 심각해.”
“......너 진짜 쟤를 어떻게 해 볼 생각인거냐?”
“난 진지하다. 도와줄 거 아니면 딴죽이나 걸지 마.”
“쟤는 너 싫어한다니까.”
“너도 싫어하거든.”
“나 역시, 쟤가 싫거든?”
“잘됐네. 그러니까 잔말 말고 다리 좀 놔 봐.”
“......관두자. 너랑 무슨 말을 하냐.”
“나쁜 새끼. 아무리 미운 정 밖에 없다지만 넌 진짜 나쁜 새끼야.”
“아, 이 미친놈아! 쟨 남자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재수 없게도 지금 옆에서 딴죽을 걸어대고 있는 이 잘생긴 인간과 긴토키가 노리는 신입생은 동네에서 친했던(?) 형, 동생 사이라고. 같은 도장을 다녔다고 했었나, 아무튼 모종의 연으로 꽤나 친분이 있어 보였던 것은 지난 번 ‘1-4 대면식’에서 확인한 바가 있었다. 그래서 옳다구나, 기회구나 싶어 다리를 좀 놔 달라고 찔러보았지만 역시 미운 정은 괜히 생기는 게 아니라고, 단박에 거절당했다. 방금 전처럼.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긴토키는 대충 인사를 하고 손에 들고 있던 싸구려 커피를 가차 없이 휴지통에 처박았다. 그리고 저를 띠껍게 쳐다보고 있는 소년에게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서둘러 그에게로 향했다. 그런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혀를 차던 남자는 이내 저도 모르겠다는 듯 제 갈 길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