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왜 날 보고 저따위로 웃어?
오키타는 마시고 있던 커피 맛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신선하고 활기차야 할 대학 생활에 어느 순간부터 어둠이 지기 시작했다. 그 어느 순간은 1-2 대면식도 1-3 대면식도 아닌 1-4 대면식이었다. 까놓고 말해 학교에서 부딪힐 일 조차 없는 4학년들과의 대면식은 형식적인 행사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도 그렇게 여겼고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려고 들면 사정없이 꼬인다고.
같은 대학에 다니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제 누나와 죽고 못사는 사이니 그 정도 소식은 늘 접하고 있었다. 그러나 옛날부터 저는 그 남자가 싫었다. 사나운 눈초리를 한 주제에 쓸데없이 잘생기기까지해서 더 싫었다. 그런데 그 인간이 학과 선배였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세상이 좁다는 말이 나온 것일까. 그렇게 1-4 대면식에서 마주쳤을 땐 정말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드물게 보이던 미소까지 보이며 형아가 술 한 잔 주고 싶으니까 여기 앉으라고 말하던 그 재수없는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 와서도 치가 떨린다.
그런데 그 인간보다 더 짜증나는 인간이 생겼다. 이것은 실로 경탄할 만 한 일이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히지카타보다 싫을 수 있다니. 여기서는 세상은 참 넓다라는 말이 쓰이는건가.
그 인간과 옆에 앉아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보아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인간은 비슷한 것들끼리 어울린다고. 딱 저 같은 것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재수없기는 둘 다 막상막하였고 어이없기로 치자면 심지어 더 우세하기까지 한 인간이었다. 처음 본 주제에 친한 척 엉겨붙어 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꽤나 쌀쌀맞게 대했던 것 같은데, 변태끼가 있는 모양인지 좋다고 계속해서 달라붙어 왔다. 그러면서 뭐라더라? 얼굴은 귀여운데, 기가 센 게 딱 지 취향이라나? 살다살다 이제는 인생에 변태까지 꼬이나 싶어 그 날 처음으로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울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면식 이후로 4학년 수업이 있다는 강의실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4학년들이 참석한다는 학과 행사는 무슨 핑계를 대고서라도 기어코 빠졌었다. 그런데 이렇게 휴게실 자판기 앞에서 마주쳐버렸다. 앞으로 휴게실 자판기는 사용하지 않을거라 다짐하며 오키타는 들고 있던 커피를 휴지통에 가차없이 처박았다.
"이야, 후배님. 이런데서 다 만나네?"
"......"
"밥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사줄게."
저 가공할 만 한 뻔뻔함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대면식 날 이 인간이 찰지게 말아준 폭탄주를 대여섯번 마시고 기억이 끊겼었다. 눈 뜨고 일어났더니 히지카타의 자취 방 안이었고 제 옆에는 지금 밥을 사준다고 엉겨붙고 있는 이 인간이 코를 골며 뻗어 있었다. 어찌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멍하니 그 뻔뻔한 낯짝을 이 자가 깰 때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한 말이 '술 잘 못 마시나 봐.' 였던가. 아아, 생각하니까 또 열 받는다.
"혹시 메져끼 있다는 소리 자주 듣지 않으세요?"
"아니. 긴토키씨는 그런 이상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글쎄요."
"섭섭하게 왜 이래? 밥은 먹었냐니까?"
"진짜 사주려고요?"
"그럼! 나 한 입으로 두 말 안 해."
"그럼 비싼 거."
"어...어우,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