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음 마음, 다른 생각

ㅈ.희삼



SIDE A.

수학 시간은 언제나 최악이었다.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도 최악이었지만 그와 더불어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 또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생은 제법 멀쩡한 허우대를 가진 주제에 성격이 더러웠다. 그래도 여자애들은 좋다고 난리였고, 분위기가 위험하다느니 따위를 지껄이며 철없는 소릴 해대곤 했다. 그러나 그 선생은 성격뿐만 아니라 취미도 고약했고, 융통성이라곤 하나 없는 성품 또한 재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이런 것, 저런 것 다 떠나 그냥 소년에겐 그 선생 자체가 싫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그저 소년에겐 그랬다.

 

오늘도 소년은 최악의 수악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알지도 못 하는 공식을 두고 이런 기본적인 걸 모르는 바보는 죽어라고 악담을 퍼부어대는 잘생긴 얼굴이 너무나도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부루퉁한 얼굴을 하곤 책상에 고개를 처박았다.

 

재수 없어.’

 

속으로 선생을 씹으며 눈을 감았다. 뒤통수 뒤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재수 없는 선생일 것이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바닥에 질질 끌리지 않는 정갈한 발걸음 의 주인을,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한대로 제 뒤통수에 가볍게 손을 올리곤 저를 불렀다.

 

일어나라, 소고.”

 

소년은 밍기적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선생은 아직 제 앞을 떠나지 않고 서 있었다. 소년은 그런 선생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선생이 눈을 맞춰왔다. 소년은 그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이내 시선을 피했다. 선생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것 같았다. 아마 웃었을 것이다. 소년은 이유모를 패배감에 심통이 났다. 선생은 그런 소년의 머리통을 두어번 쓰다듬고는 다시 자리를 떴다.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재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짝사랑이었다. 그래서 더 그 선생이 재수 없었다. 웃기게도 이 비참한 연정을 선생은 잘 알고 있었다. 저가 이렇게 심통이 나 삐딱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저를 재수 없다 여기는 것도, 전부.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선생은 언제나 저를 소고, 라 이름으로 부르며 쓸데없이 다정하게 굴어댔다. 소년은 선생의 그런 점이 가장 싫었다. 저에게 마음을 줄 것도 아니면서, 여지를 남지는 것도 아니면서 다정하게 구는 것이 못내 재수 없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애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상처 입었다.

 

소년은 다시 책상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이번에는 선생이 다가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SIDE B.

귀엽게 놀기는.

 

남자는 칠판에 판서를 하며 제 눈앞에서 퍼질러 잠을 청하는 맨질맨질한 머리통을 보며 생각했다. 웃음이 나올 것 같아 부러 눈에 힘을 주어 인상을 썼다. 저걸 한 번 더 건드릴까, 말까 고민하다 더 괴롭히면 진짜로 웃음이 터질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저 심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남자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나 저를 좋아한다고 티를 내는지. 남자는 이 풋내 나는 귀여운 구애가 늘 즐거웠다. 재수 없어 죽겠다고 몸부림치는 저 소소한 반항의 행동들이 마치 저를 좀 봐달라고 애걸을 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는 소년을 더 괴롭히고 싶었다. 저 예쁘장한 얼굴이 서러움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남자는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다. 남자는 그것이 잔인한 짓이라 생각하면서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남자는 소년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남자는 사회적으로 수준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년을 만족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만족은커녕 그저 울리고 싶은 것뿐이겠지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짧게 종례를 하면서 남자는 다시 한 번 소년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저를 쳐다보고 있는 앳된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아아. 저 얼굴이 제 애정을 갈구하며 서러움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본다면 아마도 그는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교실 문을 나섰다.

 

 

*

 

 

내가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앳된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덤덤하게 말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금이 간 벽 사이로 물이 스며 나오듯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소년은 그런 나이였다. 어렸고, 어린 만큼 순수했고 또 감정을 숨기는 법을 몰랐다. 이런 말을 할 때는 속내를 숨겨야 한다는 걸 알만큼 영악했을지 몰라도 그것을 익숙하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남자는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 사이로 옮기며 숨을 뱉었다. 길게 늘어지는 하얀 담배연기가 소년의 얼굴을 숨겼다 이내 다시 희미하게 보여주었다. 소년은 남자를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린 채 주체할 수 없이 새어나오는 감정을 애써 눌러 담고 있었다. 남자는 그런 소년의 모습에 가학심이 끓어올랐다.

 

장난...... 쳐볼까?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

“......”

지금 당장 내 앞에서 다리라도 벌려주게?”

원한다면요.”

내가 미성년자랑 붙어먹을 정도로 정신없어 보여?”

“......진짜 재수 없어.”

애는 상대 안 해.”

 

소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는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아낼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 같았다. 주먹을 말아 쥔 하얀 손등이 감정의 쓰나미에 휩쓸려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그런 소년이 사랑스러워 자꾸만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가서 네 또래 애들이랑 순진하게 놀아. 넌 그럴 나이야.”

 

소년이 끝내 분에 못 이겨 흰자위에 눈물을 담았다. 남자는 깊게 담배를 빨아들이며 소년을 향해 웃었다.

 

집에 데려다 줄게. 가자.”

 

잔인한 말을 지껄이는 것을 잊지 않으며.





예전에 풀었던 썰

히지 짝사랑하는 오키타, 그런 오키타의 속맘을 다 알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애 가지고 노는 그런 히지카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쓰는 ㅋㅋㅋㅋㅋ캐붕파뤼 예아.


여러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러면 진짜 상처받아여....그저 이 공간이 제 덕질욕망 분출구이기에 걍 막 저지르긴 하는데........신고 다메요.......나 히지오키 긴오키 덕질 오래하고 싶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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