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w.희삼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은 그 사내의 등을 보고 걷고 있는 소년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미우면 제 쪽에서 신경을 끄면 될 일인데, 굳이 나서서 사내의 신경을 건드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직업상 늘 얼굴을 마주해야겠지만 적당히 무신경하게 대하면 그 뿐일 텐데 소년은 짓궂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성격이 좋다고(?) 해야 할지. 일종의 집념과 집착 비슷한 관심을 보이는 소년의 이상행동은 남자를 의문으로 몰아넣었다.

 

지금도 그랬다. 우아하게 파르페를 한 숟갈 떠 입안으로 퍼 나르며 신명나게 그 사내를 씹어대고 있는 꼴이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여느 계집아이들의 모습과 흡사했지만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언젠간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여 버릴 거란다. 그 사내는 어떻게 이런 부하 위에서 발 뻗고 잠을 자는지 모르겠다.

 

“진짜 재수 없다니까요? 자기가 뭔데 날더러 이래라, 저래라. 언젠가 현장에서 사고사로 위장해 요단강 너머로 보내 버릴 거예요.”

“......네 상관은 너 같은 거 밑에 두고 잠이 온데냐?”

“마요네즈로 음식을 어떻게 망칠까나 고민하고 있겠죠. 내 알 바 아니잖아요.”

“가끔 보면... 마요라도 슬픈 인생이다.”

“아아, 형씨는 히지카타씨 마음에 들어 했었죠.”

“이게 어디서 벼락을 맞았나. 너 지랄도 병인 거 몰라? 어디다가 날 갖다 붙여?”

“막상 말은 그렇게 해도 둘이 잘 맞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너랑은 환상의 중증 S콤비 아니냐? 아니, 너랑 나 정도면 사귀는 사이 아니야?!”

 

남자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의견에 반박했다. 소년은 남자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파르페를 뜨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마지막 비유는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아, 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 아저씨는 가슴 빵빵한 여자가 좋거든?”

“누군 남자가 좋데요? 저도 말 잘 듣는, 순종적인 여자가 좋거든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오는 얄미운 얼굴에 어퍼컷을 날릴 수 있다면 그 어느 순간보다 유쾌해질 것 같다. 고 남자는 생각했다. 애초부터 꼬맹이의 사탕발림에 넘어와 파르페를 얻어먹는 게 아니었는데. 남자는 다음부턴 길 가다가 파르페의 유혹에 빠져 소년과 카페 레스토랑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는 일을 만들지 않으리, 다짐을 하며 남아 있는 파르페를 싹싹 긁어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남자는 떨떠름한 얼굴로 소년을 쳐다보았다.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은 아이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른 티가 난다. 소년 또래의 아이들이 가지는 특유의 어정쩡함이었다. 그래서 가끔 헷갈린다. 녀석이 입에 달고 다니는 ‘죽어라, 히지카타.’가 진짜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인지, 아니면 좋다는 감정을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인지. 전자는 묘하게 나는 어른 티에서 받는 느낌이었고, 후자는 그래도 아직은 아이 티를 벗지 못한 모습에서 받는 느낌이었다. 둘 중에 뭐가 되었든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후자라면 기분이 좀 떨떠름해질지도 모른다. 어? 잠깐만. 왜? 남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날 것 같아 헛기침을 하며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형씨.”

“아?”

“전 이만 가볼게요.”

“어? 나 아직 하나 더 먹을 건데.”

“하나 더 사드리고 싶은데, 마요네즈 귀신이 지금 형씨 뒤에 서 있네요.”

“뭐?”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걸까. 이때까지 주구장창 소년이 일방적으로 뒷담화를 해대던 히지카타가 맹렬하게 남자와 소년을 노려보고 있었다. 입가에 억지웃음을 애써 지어보인 잘생긴 얼굴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섭기도 해라. 남자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어기적거리며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어이구, 언제부터 와 계셨답니까? 경찰나리.”

“이제 땡땡이를 치다가 걸려도 당황스럽지도 않지, 너는?”

“어떻게 알았데요. 독심술 배웁니까?”

 

나는 무시냐. 너희가 경찰이라고 나 막 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남자는 어느새 뒷전으로 밀려버린 자신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조용히 카페를 빠져나왔다. 괜히 말려들어서 더 큰 피를 볼 것 같아 숨을 죽이고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자리를 떴다. 하여튼 재수 없는 콤비 같으니. 호주머니에서 딸기 맛 막대사탕을 꺼내 입에 문 남자는 카페 안에서 옥신각신 싸우고 있는 둘을 흘깃 쳐다보았다. 소년이 또 상관을 빈정댄 모양인지 그에게 멱살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눈도 꿈쩍하지 않고 맹한 얼굴로 따박따박 말대꾸를 할 뿐이었다. 간도 크다, 꼬맹아.

 

남자는 피식, 허탈하게 웃으며 천천히 해결사 사무실로 향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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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오키<-긴 요로케 짝사랑 하는 구도를 쓰고 싶었는데 뭐가 이렇게 어정쩡하지만 한지.

제가 이 셋의 관계가 어정쩡하다고 느껴서 그런가... 맨날 글 쓸때마다 얘네는 커플이 어떻게 되었든 어정쩡하네요. 아니... 제가 글빨이 딸려서 그런거겠죸ㅋㅋㅋㅋㅋㅋㅋㅋ되지도 않는 핑계는 치우겠슴다...ㅋㅋㅋㅋㅋㅋ

요로케 짧은 단편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듯. 써야 할 것은 언제 쓸 생각인가...ㅇ<-<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전체 관람가를 썼다는거!!! 이게 진짜 장족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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